한 명의 기획자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기획의 방법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기업이 장기간 성장하여 어느 순간 최고의 기업이 되는 방법이고, 다른 길은 당장 올해 매출은 오르겠지만 3년 후에는 위기를 맞게 되는 방법입니다. 기획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기획자를 위한 선택과 기업을 위한 선택은 분명 다르다는데 고민이 있습니다.
기획 실력과 평가
기업의 인사/평가의 대부분은 단기 성과주의에 기반합니다. 일단 평가 기간이 1년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평가는 2023년 기간 중 나온 성과에 기반하지, 올해 기반을 잘 만들어 내년에 나온 성과를 기준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올해 기반이 잘 만들었으나 다른 팀으로 인사이동 명령받고, 해당 자리를 다른 사람이 오게 된다면 2024녀 성과는 온전히 새로운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됩니다.
만약 어느 프로야구팀의 감독이 올해 성적은 안 좋지만, 신인 육성을 잘해서 이들의 경험이 쌓이는 순간인 5년 후에는 우승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해 놓았더라도, 이 감독은 올해가 지나면 잘릴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성적이 안 좋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감독이 만들어 놓은 자산을 이용하게 될 내년에 새로 부임하는 감독이 성적을 올려 유임이 되고, 5년 후에는 이 신인 선수들이 성장한 시점 우승 감독의 영광을 얻게 될 것입니다.
회사에서 기획자를 평가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 회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기획자의 업무의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이유는 기획이 계획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할 계획을 수립하는 기획자의 특성상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자 평가 스펙
월급쟁이 또는 고용이 되어야 하는 근로자로서 기획자는 어쩔 수 없이 이력서를 구성할 스펙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스펙은 기업의 규모나 명성과 함께 업무 성과가 주요 구성 요소가 됩니다.
기획자의 능력과 역량은 성과만큼 단순하면서 직관적이지 않기에 이를 파악하는데 또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업무 성과는 파악이 단순합니다. 성과를 표시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성과급과 승진이 있었다면 신뢰는 더 올라갑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종종 프로젝트에 걸치기 등의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내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살짝 참여 인력으로 걸치기만 해도 이력서/경력 기술서에는 성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보너스와 승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업무 성과보다는 사내 정치적 역학 관계가 더 작용할 수 있기에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유능한 기획자가 자신의 스펙을 중심으로 기획을 한다면 충분히 회사 자원을 활용하여 그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회사 성과는 안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분기, 연간 성과는 매우 좋게 나타날 것입니다.
많은 고성장, 대규모 투자 스타트업이 분명 성과가 좋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어려워졌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물론 기획력이 부족한 기획자 때문일 수도 있기는 합니다.
이는 이러한 상황이 되기 전 어떤 인력이 미리 이직을 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아마 좋은 평가와 대우를 받고 이직을 했을 것입니다. 뉴스가 이 사림의 스펙을 보도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기획자의 능력
조직을 위한 기획력과 개인을 위한 기획력 중 회사에서 더 필요한 것은 조직을 위한 기획력일 것입니다. 그러나 승진이나 성과급 측면에서, 이직 시에도 기획자에게는 조직보다는 개인을 위한 기획적 선택이 더 유리합니다.
뉴스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리 회사를 위험에 빠뜨렸어도 경영진은 수 십억 원 퇴직금을 받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살리려 애쓰는 직원들은 명퇴의 두려움을 않고 일을 해야 합니다.
만약 이 직원 중 능력 있는 기획자가 개인을 위해 기획을 했다면 아마 경영진에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명퇴가 아닌 수 십억 원의 퇴직금을 받는 것은 물론 사직 후에도 좋은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이직은 쉬웠을 것입니다. 회사에, 업무 성과까지 스펙은 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대행사, 중소기업을 거쳐 개인 사업을 거쳐 프리랜서로 기획을 하다 보니 이러한 상황이 눈에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종종 인터뷰 시 스펙 부풀리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간단한 기획 시뮬레이션 문제를 내서 실제 담당 업무를 발라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와 개인 성과의 밸런스를 맞추어 성장한다면 최고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뉴스만 보아도, 인터뷰를 해 보아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튜브에서 한국의 고등학생 부모가 미국의 유명 대학 수학 교수인 한국 사람에게 수학 잘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는 콘텐츠를 보았습니다. 교수는 수학을 잘하는 방법은 있고, 시험을 잘 치는 방법이 있는데 둘이 함께 할 수는 없다 말합니다. 수학을 잘하는 방법으로 공부하면 입시 시험 점수는 잘 안 나올 것이고, 시험 점수가 잘 나오면 수학을 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국내 입시 상황 상 부모와 학생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지간히 뛰어난 사람이 아닌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둘을 모두 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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