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롯데온이 론칭을 했을 때 앱 버그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오프라인에서의 롯데의 쇼핑 영향력이 무안할 정도로 온라인에서 롯데온의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그리고 최근 약 2800억 원을 들인 4세대 교욱 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 시스템 오류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왜 개발에 실패하는가?
이번 4세대 교욱 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 시스템 오류와 관련해서는 공공 IT 개발에 대기업 입찰을 제한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IT 개발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말입니다. 만약 이 말이 맞다면 롯데온은 실패하지 않아야 했을 것입니다.
실제 SI 대기업이 수주사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면, 실제 개발은 이 대기업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1차, 2차 협력사에게 턴키로 넘기고 SI 대기업은 관리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SI 대기업 정직원이 투입되면 그 프로젝트는 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이 투입되는 것은 하청 기업의 문제 때문이고 프로젝트를 전체 넘긴 상황에서 이는 해당 프로젝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IT 대기업 정직원이 왔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 회사에 책임이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업무를 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투입됩니다.
결론은 IT 대기업 정직원은 프로젝트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발을 잘 끝내기 위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투입은 문제가 심각함을 암시함은 물론, 앞으로 개발이 아닌 정치적 이슈가 프로젝트를 지배할 것임을 말해 줍니다.
공공 프로젝트는 더 심각합니다. 보통 몇 년 단위로 발생하는 대규모 공공 IT 개발 프로젝트의 비용은 세금입니다. 그러므로 담당자가 책임만 지지 않는다면 실패고, 성공이고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직장 생활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기업은 소송 이슈라도 생기지만 공공 프로젝트는 이 이슈도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일단 문서 작업만 잘해도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당장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1년 후 개발 완성도는 지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1년 후에는 지금이 되니까, 그때는 중요해질 것입니다.
아무튼 개발을 통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지금의 보고 문서가 중요합니다.
이렇다 보니 설계가 부족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기획은 없고 화면만 그럴듯하게 문서화합니다.
심지어 스토리보드는 개발할 수 없는 보고용으로 작성되기도 합니다.
IT 대기업이 하면 성공할까?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항을 바탕으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패 가능성이 더 높을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IT 대기업은 영업과 관리를 주로 합니다. 개발 실무를 모른다는 말이 됩니다.
IT 대기업은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협력사에 넘깁니다. 그리고 이를 관리합니다. 기술 영업과 PMO만 있으면 개발자 없이도 개발이 잘 될 거라는 믿음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 든다면, IT 대기업이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해서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한다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요즘 이슈가 되는 개발 실패 문제는 단지 대기업이 수주사이냐, 중소기업이 들어간 컨소시엄이 수주사이냐의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어차피 실제 개발은 중소기업이 하니까요.
이는 설계와 기획의 문제입니다.
그럼 IT 대기업이 설계와 기획을 잘할 수 있으면 대기업이 맡아 프로젝트를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제 경험에서 만난 IT 대기업 인력의 대부분은 개발 관련 설계와 기획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도 대기업에서 정직원으로 프로젝트를 할 때면 하청을 많이 주었습니다. 이때 이 대기업의 연차가 많아지고, 경쟁 환경이 안정되면 될수록 점점 대행사의 기획서를 받아 요약하는 형태로 기획을 하게 됩니다. 실제 대기업 정직원의 업무는 품위가 되는 것입니다. 실행 결정은 이미 전략실에서 내려오고, 실무는 대행사가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이 제가 안정적인 대기업을 퇴사하게 된 이유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발 대행을 하는 IT 대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그룹사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합니다. 또 일부는 재벌 그룹사라는 어드벤티지로 수주하는 것입니다. 결국 대기업이 하청으로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말이 개발 대행이지 실제 대행사라 보기에는 조직이나 업무가 다릅니다.
이 말의 의미는 기획을 그룹 관계사인 다른 기업에서 해서 넘기면 이를 가지고 개발할 하청 업체를 찾아서 관리하는 원청의 일을 하는 조직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러므로 개발 실무 능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됩니다.
오늘만 넘기는 개발, 내일을 설계하는 개발
아저씨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일을 보는 사람은 오늘을 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이는 주인공이 악당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승리합니다.
그러나 개발 프로젝트를 이렇게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이는 마치 몇 수 앞을 생각하면서 두는 바둑과 현재 상태만 보고 두는 바둑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의 승리도 미래의 더 많은 수를 순식간에 계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를 설계 또는 기획,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복잡도가 높은 프로젝트, 기간이 긴 프로젝트일수록 기획, 설계, 프로젝트 디자인의 중요성은 커집니다. 아니 기획 없이는 절대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는 단기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기획자의 업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기획자도 기획보다는 관련 문서 작업이 업무 롤이 된 지 오래입니다.
정리하면, 롯데온이나 나이스(NEIS) 등의 기업 개발이나 공공 개발 프로젝트나 실패 이유는 SI 대기업 주도 개발을 하지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설계, 기획, 프로젝트 디자인 역량의 부족이 만든 필연의 결과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SI 대기업은 개발 실무를 하지 않기에 이 역량이 중소기업보다 더 부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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